*미야카게 전력 60분 참여 글입니다. (주제 : 아이스크림)
*아츠무와 토비오가 같은 학교를 다닌다는 설정입니다.
이거 계산해주세요. 귀 아프게 울어대는 매미소리 사이로 단정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소리의 주인공은 접힌 지폐를 매점 주인에게 건네주곤 아이스크림을 든 채 운동장으로 향했다. 그가 더운 날이 되면 즐겨 찾는 소다맛 아이스크림이었다. 달콤하고, 상큼하고, 시원하고. 때맞춰 바람까지 분다면 정말이지 기분 좋은 것. 소년은 운동장 가장자리의 계단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곤 비죽비죽 날이 선 껍질 끝을 잡아 한번에 주욱 뜯는다. 금방 여름 하늘을 닮은 막대가 쑥 모양을 드러낸다. 그는 이가 시릴까 혀로 끄트머리부터 살살 핥기 시작했다. 오래 먹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했다.
그러나 언제까지고 핥아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뙤약볕 아래의 아이스크림은 금방 녹아버리기 때문에. 그는 한참을 핥다가 반대쪽이 흘러내리려는 것을 보곤 급하게 한 입 베어먹었다. 아삭. 입 안에 들어오자마자 저들끼리 나누어져 알아서 녹는다. 한참을 입에서 굴리다, 또 한 입 먹으려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때마침 익숙한 얼굴이 난데없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 낯익은 얼굴의 입술 사이로 붉은 혀가 나온다. 그러다 곧 뚝뚝 떨어지기 시작하는 아이스크림의 아랫부분을 느릿하게 훑어올린다. 학교에 하나밖에 없는 금발머리. 빛에 따라 달라지는 호박색 눈동자, 여우같은 미소. 소년이 아는 이였다.
"……미야 상?"
미야는 그 소리를 듣는 둥 마는 둥 다시 한번 겉면을 쓸어올린다. 눈까지 마주쳐 오면서. 소년은 돌연 그것이 자극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녹겠다."
"……."
"토비오 군."
카게야마는 사실 뭐가 녹겠다는 건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아이스크림이? 아니면 자신이? 아예 시선을 고정시킨 채 눈만 멀뚱히 뜨고 있으니 미야가 문득 고개를 틀었다. 그리고는 여태 카게야마가 열심히 물고 빨던 윗부분을, 주저없이 한 입 베어먹었다. 촉촉해진 입가를 혀가 핥아낸다. 너무 많이 뺏어먹었나. 그리고선 천연덕스럽게 묻는 것이었다. 카게야마는 급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그게 아니라……. 이어지지 못하는 말이 허공에 맴돈다. 아츠무는 그것을 아는지 자꾸 웃는다. 카게야마의 눈을 바라보며, 눈을 떼지도 못하게 군다.
"더 먹고 싶나."
"……!"
별안간 시원한 무언가가 입술에 촉, 부딪혔다. 그리곤 완전히 붙여놓을 듯 지그시 눌러온다. 카게야마의 두 눈이 점점 크게 뜨였다. 뜨이는 눈만큼이나 자연스레 벌어진 입술 사이로, 미끈하고 말캉한 혀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카게야마는 마치 혼자서는 움직일 수 없는 인형처럼 그대로 굳어버렸다. 햇볕 때문인지 키스 때문인지 모르게 열이 막 오른다. 입 안 가득 소다맛이 채워졌다. 아까 먹은 아이스크림보다도 달콤하다고 느낀다면, 착각일까. 카게야마는 자신의 입 안을 온통 탐하는 혀에 모든 걸 내맡기기로 한다. 자신의 혀가 또다른 아이스크림이 된 것 같다. 두근거리는 마음에 눈을 감자 한낮에 반짝반짝 별도 보인다.
미야는 아예 토비오의 뒷목까지 받치고는 고개를 완전히 틀어버렸다. 토비오는 부딪혀 오는 그 힘에 자꾸만 뒤로 밀려 넘어질 것만 같았다. 운동장에는 다행히도 그들 밖에 없었다. 누군가 이 상황을 보기라도 한다면 아마 그는……. 결국 힘에 못 이긴 몸이 부드럽게 눕혔다. 토비오의 머리 옆으로 미야의 커다란 손이 바닥을 턱 짚었다. 눈부신 태양은 이미 미야의 얼굴에 가려진지 오래였다. 아츠무는 방금 전 키스보다도 달콤한 얼굴로 싱긋 웃었다.
"덥제."
"……조금요."
"잠깐만 이래 있을까."
그 말에 토비오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미야 아츠무는 한참이고 카게야마 위에서 햇빛을 가려주었다. 밝은 색 머리칼과 등줄기가 뜨거울텐데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마치 더위를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그러나 그 와중에도 귀밑으로 땀은 흐른다. 토비오는 가만 그 땀방울을 바라보다, 이내 손을 들어 가볍게 닦아주었다. 그 손을 미야가 덥썩 잡는다.
"더럽다."
"안 더러워요."
토비오의 목소리에 단호함이 깃들어있었다. 그에 아츠무는 좀 더 풀어진 얼굴로 고개를 점점 숙였다. 그리곤 토비오의 셔츠 위, 쇄골 그 어디매에 눈을 묻었다. 둘의 심장소리가 쿵쿵 엇박으로 뛴다.
"토비오 군이랑 있으면 이상하게 더운 줄을 모르겠다."
"저도요……. 자꾸만 잊게 되는 것 같아."
"……여름 내내 꼭 붙어있을까. 이렇게."
카게야마는 대답 대신 두 팔 가득 아츠무를 끌어안았다. 쪄죽을 것만 같던 아까와는 다르게 그는 너무도 평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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