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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ts쿠니카게] All About Her

WARNING : 살인, 스토킹, 모브의 사망. 살인정황에 대한 묘사가 있으니 주의해주세요.

 

*친절한 금자씨 AU

*모브카게 요소 有

*쿠니미와 카게야마가 모두 여성인 설정입니다.

*BGM은 글의 중반부에 있으니 우클릭을 이용해 연속재생을 눌러주세요.

*BGM : 영화 「무뢰한」 OST, 조영욱 - Her

 


 

 

   끼익―. 기름칠을 하지 않아 듣기 싫은 소리를 내는 육중한 철문이 느릿하게 열렸다. 그 사이로 열댓 명의 사람들이 하나 둘 빠져나온다. 하늘에서는 때마침 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었다. 여보. 딸아. 저마다 겉옷을 여밀 사이도 없이 마중 나온 사람들을 향해 달려가기 바빴다. 여기저기서 이름을 부르는 고함소리가 울렸다. 서럽게 우는 소리, 한바탕 웃는 소리……. 12월의 교도소 앞은 재회의 광장이었다.

 

   다른 모두가 제 가족, 연인을 찾아 인사를 하고 있을 때. 여자는 가장 느지막하게 문을 나선다. 반묶음으로 가볍게 정리한 긴 머리, 얼굴의 반 이상은 덮는 알 큰 선글라스, 제법 쌀쌀한 날씨임에도 입은 물방울무늬의 봄철 원피스, 당최 감당하기 어려워 보이는 묵직한 보스턴 백. 이 모든 것들은 은근하게 사람의 시선을 끄는 구석이 있었다. 다만 당사자는 선글라스 아래 오로지 무표정으로만 일관할 뿐이었다.

 

   그는 밖으로 나오고 나서도 한참을 우두커니 서 있었다. 컴컴한 선글라스 너머로는 찬연한 태양이 타오르고 있었다. 지금은 환하지만 근방이 모조리 숲이니 금방 벗어나지 않으면 어두워질 위치였다. 그 때문인지 한참이고 제자리에서 회포를 풀 것만 같았던 사람들도 서서히 짐을 챙겨 정류장을 향해 내려가기 시작했다. 여자는 그 광경을 물끄러미 구경만 하고 있었다. 그다지 누군가 데리러 오기로 한 것은 아니었으나…….

 

 

   “야―!”

 

 

   별안간 들리는 우렁찬 소리와 함께 여자가 뒤를 돌았다. 온통 까마득한 시야의 끝에서 성난 인영 하나가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었다. 완전히 엉망이 된 앞머리를 휘날리며, 위협적이기까지 해 보이는 보폭으로. 뒷머리는 하나로 질끈 묶은 모습이었다. 간만의 모습에 여자가 처음으로 살풋 웃었다. 그러나 제 코앞까지 다가온 상대에게 금방 짝― 하는 소리와 함께 뺨이 거세게 꺾이는 바람에, 그도 오래가지 않았다. 차가운 바람이 마찰되어 더욱 따끔따끔했다.

 

   쿠니미, 이, 이……, 나쁜, 흐어엉. 대체 맞은 사람이 누군지. 다짜고짜 뺨을 후려 맞은 여자는 오히려 덤덤히 상대를 바라보는데, 때린 사람은 주저앉으면서까지 오열하고 있었다. 눈가를 벅벅 문지르는 두 주먹 사이로 하염없이 눈물이 새어나왔다. 여자는 가벼운 한숨과 함께 무릎을 굽혀 상대를 마주보았다. 기다랗고 하얀 손을 뻗어 축축해진 얼굴을 다정히 쓰다듬는다.

 

 

   “……잘 지냈니.”

 

 

   쉴 새 없이 쏟아지는 함박눈 아래, 나긋한 음성이 부연 입김과 섞여 아득하게 들렸다.

 

 

 

 

 

 

 

 

 

 

All About Her

 

 

 

 

 

 

 

 

 

 

   내 팔자가 그런가봐. 평생 연애 못 할 팔자, 뭐 그런 거.

 

   7년 전 여름은 유독이 비가 많이 왔었다. 카게야마는 쿠니미의 집 베란다에 서서, 소강상태도 없이 퍼부어대는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 손에는 다 마시고 찌그러뜨린 맥주캔을 든 채였다. 거실 바닥에 앉아 티브이만 보고 있던 쿠니미의 눈썹이 순간 움찔거렸다. 그러나 시선은 여전히 앞을 향해 있었다. 카게야마는 말을 이었다.

 

 

   대체 왜 그런 걸까. 어떻게 만나는 남자마다 일방적으로 차일 수가 있지?

   ……눈치가 너무 없었다거나?

   그런 거 아냐, 쿠니미!

 

 

   그런 것 치곤 너무 심하다고. 그의 말대로였다. 카게야마는 지금껏 적지 않은 수의 고백을 받아왔고, 능숙치는 못 해도 나름 귀여운 연애생활을 해 왔었다. 문제는 너무 빠른 이별통보를 받는다는 거지. 이별의 이유는 다양했다. 바빠서. 멀리 떠나게 돼서. 심할 때는, 그냥 싫어져서. 토비오는 차가운 베란다 난간에 이마를 대고 술기운이 감도는 한숨을 푹푹 쉬어댔다. 마지막은 바로 몇 시간 전에 그가 들은 이유였다. 바로 전날까지만 해도 사랑한다며, 가능하다면 결혼까지 생각한다는 그의 말에 내심 설레 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싫어지다니. 토비오는 이미 구겨져있던 캔을 더욱 움켜쥐었다. 대단히 깊은 사랑을 했다고는 확언할 수 없지만…… 그저 남들처럼 평범한 연애를 하고 싶었다.

 

   쿠니미는 슬며시 자리에서 일어나 베란다로 향했다. 축 처져있는 토비오의 두상 너머로 잿빛 수채화 물감이 번진 듯한 도시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고층건물은 물론이거니와 도로와 인도에까지 물 먹은 솜 마냥 깔려있는 안개를 보고 있자 되려 답답해져왔다.

 

 

   쿠니미는 좋겠다아―

   ……뭐가.

   이렇게 예쁘구…… 목소리도 좋구……

   …….

   무엇보다도…… 친절해 보이잖아.

 

 

그래서 내가 누굴 만나기라도 하니, 하고 힐난하는 소리가 나오려던 것을 가까스로 참았다. 카게야마는 이미 반쯤 취해 정신없어보였다. 저 작은 머리통으로는 분명 모든 문제점이 자신으로부터 유래한다고 생각할 게 뻔했다. 쿠니미는 고개를 숙여 앞으로 드리워진 그의 머리칼을 옆으로 넘겨주었다. 바보 같긴. 너같이 사랑스러운 애가 어디 있다고. 이번에도 말을 삼켰다. 새벽하늘을 부어놓은 듯한 눈동자가 꿈뻑꿈뻑 점멸하기 시작했다.

 

 

 

   쿠니미는 베란다에 엎어진 채 그대로 잠들어버린 토비오를 부축해 어찌저찌 침대로 몸을 뉘었다. 금방 발갛게 달아올라 누긋해 보이는 얼굴이 제법 편안해보였다. 마침 웅- 하는 소리와 함께 진동소리가 울렸다. 가볍게 왼쪽 어깨를 스트레칭 하던 쿠니미는 소리의 근원지를 향해 거실로 나갔다. 아까 티브이를 보며 소파에 올려두었던 핸드폰이었다. 반짝이는 화면에 다가가 손을 뻗었다. 5, 라고 저장된 번호로부터의 메시지였다.

 

 

   「이제 됐냐?」

   「너 같은 미친새끼는 또 처음이네.」

   「걔는 니가 뒤에서 이딴 짓 하고 다니는 거 알아?」

 

 

   연속으로 온 문자에 쿠니미의 눈이 나른하게 접혔다. 입가에는 은은한 미소를 띠운 채였다. 이윽고 언젠가 토비오가 예쁘다며 눈을 빛내던 길쭉한 손가락이 화면을 향했다. 답장은 않았다. 그저 메뉴 버튼을 눌러, 차단하기를 누를 뿐이다.

 

 

 

 

 

 

 

§ § §

 

 

 

 

 

 

 

   카게야마는 이후로 약 3년간 그 누구와도 사귀지 않았다. 연애 같은 거, 해 봤자 또다시 차일 게 뻔하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었다. 대신 대부분의 시간을 쿠니미와 함께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대시는 어김없이 들어왔다. 전부터 좋아해왔어. 너무 제 스타일이어서요.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 안 가렸다. 쿠니미가 있을 땐 그가 나서서 해결했다. 얘 만나는 사람 있어요. 그러면 대부분은 머쓱해하며 자리를 피했다. 그가 없을 때는 어쩔 수 없이 카게야마의 몫이었다. 호불호와 의지만큼은 뚜렷한 편이라 3년간 큰 문젯거리는 없었다.

 

 

   연애 그런 거 뭐 하러 해.

   …….

   그냥 나랑 쭉 같이 살아. 그러면, 다칠 일도 없을 거야.

 

 

……외롭지도 않을 테고. 언젠가 쿠니미가 지나가듯 한 말이었다. 카게야마는 거기다 싫다 한 적은 없었으나 알겠다고 고개를 주억거리지도 않았다. 그냥 흘리는 말을 흘려들었을 뿐이라고, 쿠니미는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때 토비오는 그의 옆에 누워 눈을 가만 감고 있었다. 눈꺼풀은 고요했고 살짝 벌어진 입에서는 얕은 호흡만이 오갔다. 자는 건지 잠에 드려는 것인지도 몰랐다.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카게야마는 이대로 저와 평생을 함께할 팔자였다. 서로가 살아있는 한.

 

   동거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쿠니미의 권유였다. 같이 살면 편할 거야. 그리 단순히만 이야기 했는데도 카게야마는 선뜻 받아들였다. 어차피 원래 살던 집의 계약기간이 끝나가던 시기였다. 무엇보다 그가 곁에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지는 점이 좋았다. 유일하게 완전히 긴장감을 풀고,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였다. 어쩔 때는 그냥 좋기도 했다. 직장에서 돌아와 소파에서 서로 기대어 잠들 때. 뜨거운 카레를 끓이고 있으면 어느새 나타나 저가 하겠다고 중얼거릴 때. 베란다에서 아무 말 없이 그의 등을 뒤에서 끌어안고 뺨을 붙이고 있을 때. 꽤 행복하다고 느꼈다. 쿠니미도 싫다 한 적은 없으니 아마 비슷한 마음일 거라고, 저를 소중한 친구로 여길 거라고 생각했다.

 

   하루는 이제 막 퇴근한 카게야마가 집 앞 마트에서 캔맥주를 고르고 있었다. 저와 쿠니미가 늘 마시던 상품은 다 나간 상태였다. 차선책으로 다른 맥주를 고르려 해도, 구미에 당기는 것이 없었다. 그렇게 편의점으로 옮겨 가려던 참이었다.

 

   별안간 그가 찾던 맥주캔을 든 손이 눈앞에 쑥, 나타났다. 냉장고를 보던 시야가 순식간에 차단당했다. 조금 놀란 마음에 눈을 둥그렇게 뜨자, 옆에서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다.

 

 

   이거 찾고 계셨던 거죠?

   …….

   제 바구니에 한 캔 더 있어요. 이것도 그쪽이 가져요.

 

 

   모르는 남자였다. 다만 시원하게 뒤로 넘긴 헤어스타일과 근사한 이목구비가 환상적인 사람이었다. 깔끔한 정장을 입은 것을 보니 그도 이제 막 퇴근하는 길인 것 같았다. 잘생겼다……. 저도 모르게 떠오르는 생각에 토비오가 그만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3년간 제게 다가오는 사람을 피한 것은 상처받지 않기 위함도 있었지만, 제 취향에 맞는 사람을 못 본 이유도 있었다. 그러나 눈앞의 남자는 너무나 호감형이었다. 그는 말없이 제 손만을 빤히 바라보는 카게야마를 향해 한 번 더 물었다.

 

 

   이거 찾던 거 아니에요?

   ……아, 네―.

 

 

   토비오는 어색하게 뒷목을 문지르며 저보다 한참 큰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 이상의 말은 없었다. 뒤늦게 그것이 ‘왜’ 라는 의미라는 것을 눈치 챈 남자는 헛기침과 함께 가벼이 웃었다.

 

 

   음…… 퇴근할 때 여기서 종종 뵀었어요. 아마 모르셨겠지만.

   저를요?

   네. 꼭 한 번 이야기해보고 싶었는데…….

 

 

마침 이걸 찾고 계셔서요. 그렇게 말하며 짓는 미소가 인상적이었다. 그러니까, 조금은 딱딱해 보일 수 있는 모습을 하고선 사르르 녹을 것만 같이 구는 얼굴이 의외였다. 토비오는 처음보다도 더 그에게 관심이 갔다.

 

   맥주를 계산하고 마트에서 나오고 나서도 둘은 꽤 함께 걸었다. 두 사람의 아파트가 인근에 위치했기 때문이다. 서로 헤어져야 할 구간이 왔음에도 남자는 쉬이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토비오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리 오랜 시간을 만나온 것은 아니지만, 대화하는 내내 편안한 느낌을 받았었다. 분위기가 어색해지지 않게 일부러 남자가 신경 쓴 덕이 컸다. 꽤 진심으로 다가오는 느낌이었다.

 

 

   ……즐거웠어요, 카게야마 씨.

   저도요. 모르는 사람과 대화하는 것도 참 오래간만이네요.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우리.

 

 

   남자는 사뭇 진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연락처를 원하는 것처럼 보였다. 카게야마는 조금 머뭇해하다, 그래도 이 남자는 놓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가방을 뒤지기 시작했다. 남자의 얼굴 또한 한층 밝아졌다. 그리고 토비오가 핸드폰을 꺼내들어 그에게 내미는 그 때,

 

 

   카게야마.

 

 

   낮게 잠겨 더욱 차분해진 목소리가 그의 귓등을 때렸다. 나쁜 짓을 하다 걸린 아이처럼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본다. 아파트 입구에 서 저를 노려보는 쿠니미가 있었다. 집에서나 밖에서나 가볍게 입던 흰 원피스를 입은 채였다. 어두운 밤하늘 아래 차가운 달빛이 하얀 피부에 반사되어 더욱 창백해보였다. 남자는 서슬 푸른 눈이 카게야마의 어깨를 넘어 제게 닿는 것을 느꼈다. 기묘한 예감에 휩싸인다.

 

 

   아, 쿠니미, 이건 그러니까……

   됐으니까 들어와.

   …….

 

 

   카게야마의 어깨가 살짝 떨렸다. 남자가 급히 입을 열어 무어라 저지하려 했다. 들어오라고. 재차 경고하는 쿠니미의 소름 돋는 음성만 아니었다면. 그의 목소리는 어딘가 갈라져있었다. 무척이나 화가 나, 손을 델 수조차 없이 뜨거워진 납덩어리가 응어리지고 있는 것 같았다. 쉽게 끼어들 자리는 없었다.

 

   결국 카게야마는 그에게 제대로 인사도 하지 못한 채, 미안하다는 표정만을 남기고는 뒤를 돌았다. 남자는 두 사람이 손을 잡고 아파트 단지 안으로 사라질 때까지도 한참을 황망히 서 있었다. 아파트 단지 사이에 걸린 초승달이 상당히 기묘한 밤이었다.

 

 

 

 

 

 

 

§ § §

 

 

 

 

 

 

 

   남자가 카게야마를 다시 만난 것은 그로부터 정확히 한 달 뒤였다. 이번에도 마트, 그 중에서도 맥주 판매대의 앞이었다. 카게야마는 저보다 먼저 도착해 맥주를 고르고 있던 그를 보았다. 주말이라 그런지 전과는 달리 편안한 복장이었다. 자연스럽게 내린 앞머리와 가벼운 추리닝이 색달라 보였다. 카게야마는 먼저 말을 걸어야 할지, 모르는 척 지나칠지 잠시 고민했다. 그러는 사이에 눈이 마주쳐버렸지만.

 

 

   어, 어……?

   ……안녕하세요.

 

 

   토비오는 이번에도 습관처럼 뒷목을 문지르며 인사했다. 찝찝하게 마무리 됐던 만남이라 더 어색했다. 다행히도 남자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얼굴이었다. 오히려 귀여운 미소를 지으며 제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 날 이후로 못 봐서……. 아쉬웠어요.

   좀, 놀라셨죠.

   ……아니라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

   그래도 좋네요. 이렇게 만나게 돼서.

 

 

오늘은 다른 데서 마셔보는 거 어때요, 맥주. 남자는 가볍게 권했으나 카게야마는 알아차렸다. 집 근처에서 머무르다간 또 쿠니미와 마주칠 수 있다는 의미이리라. 구태여 입 밖으로 낸 적은 없지만 암묵적으로는 연애를 하지 않기로 약속한 것과 다름없기 때문에, 망설임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토비오는 눈앞의 남자가 궁금했다. 언제부터 저를 눈 여겨 봐왔던 건지. 제가 예상하는 방향의 관심이 맞는 건지. 종종 술동무가 되려는 쪽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 정도로 남자는 토비오에게 꽤나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두 사람이 자리를 잡은 곳은 옆 동네에 위치한 작은 호프집이었다. 맥주 500cc 두 잔을 시킨 그들은 잠시 서로를 마주보기만 했다. 카게야마는 간만에 목까지 타고 올라오는 간지럼을 즐겼다. 그의 정돈된 손톱, 늘씬한 팔, 갸름한 턱선 등을 가만 지켜보던 남자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생각해보니 통성명도 없었네요. 아키바 다이스케예요. 제 이름.

   카게야마 토비오예요.

   좋은 이름이네요.

 

 

   그 뒤로는 무난했다. 주문했던 맥주와 안주가 나오고, 서로의 사사로운 안부를 물었다. 저번에 만난 이후로 무얼 하며 지냈는지. 주로 무슨 일을 하며, 휴일엔 어떤 걸 하며 쉬는지. 다이스케는 자신을 출판사 직원이라고 소개했다. 멀끔한 외모와 썩 잘 어울리는 직업이었다. 카게야마 또한 제 직장과, 주말만 되면 하는 배구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었다. 제 친구도 같이 해요. 뒷말은 정말로 별 생각 없이 붙은 것이었다.

 

 

   ……친구라면, 혹시 그 때 뵀던 그 분이요?

   아, 음……. 네.

   많이 친한가 봐요.

   그렇죠. 지금은 같이 살고 있으니까요.

 

 

아, 그래요. 다이스케는 시선을 잔에 고정한 채 말했다.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두 사람 사이에서 쿠니미는 쉽게 나올만한 주제는 아니었다. 어쨌든 세 사람이 모여 있던 장소에서, 누가 보아도 불편하게 마침표를 찍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언제까지고 묻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카게야마나 다이스케나 서로를 보다 오래 보고 싶어 했고, 깊게 알고 싶어 했다.

 

 

   ……쿠니미는 내가 남자 만나는 거 싫어해요. 정확히는 내가 먼저 안 만나겠다, 선언한 거지만요.

   …….

   만나는 남자마다 번번이 차였거든요. 절대 안 그럴 것 같은 사람들도 하루아침에 돌변하더라구요. 싫어졌다고.

   ……그렇군요.

   나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쿠니미가 그러더라고요. 저 아주 멀쩡한 애라고. 운이 지지리도 없었던 거라고.

   …….

   그래서 일부러 남자 안 만났어요. 상처 받기 싫으니까. 쿠니미 걔, 무뚝뚝하긴 해도, 절 진심으로 아껴주는 애예요.

 

 

   다이스케는 카게야마의 조곤조곤한 말들을 진심으로 경청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럴 만도 했네, 싶었다. 깊은 우정에서 우러나온 걱정은 적어도 그로 하여금 충분히 납득할 만한 근거였다. 누구라도 아끼는 친구가 어딘가에서 상처 받기를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저도 그런 친구가 될 수 있을까요.

 

 

   뜻밖의 말에 토비오가 작게 들어올렸다. 남자는 진심이라는 듯 그를 마주보았다. 저도, 카게야마 씨에게 그런 존재가 되고 싶어요. 어조는 담담했으나 얼굴에서는 허락을 구하고 있었다. 그는 확실히 달랐다. 무작정 연애를 목표로 들이대는 쪽이 아니라, 진심으로 카게야마에게 무해한 존재가 되고 싶어 했다. 이것이 훗날 사랑으로 이어지든, 우정으로 남게 되든 그로서는 고마운 말이었다. 카게야마는 다이스케를 향해 살풋 미소 지었다.

 

 

 

 

 

 

 

§ § §

 

 

 

 

 

 

 

   카게야마는 이후로도 몇 번이고 다이스케와 만났다. 전처럼 호프집에서 시간을 때우기도 했고, 공원을 산책하거나 영화를 보러 가기도 했다.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만남의 빈도가 느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카게야마는 몰래 그와 만나는 날엔 더욱 쿠니미의 눈치를 살폈다. 다행히도 어떠한 타박이나 잔소리도 없었다. 다만 ‘요새 뭐 한다고 이렇게 늦는 거야.’ 따위의 말 한 마디 없으니 되레 더 찝찝할 지경이었다. 눈치 빠른 그가 낌새를 알아채지 못할 리가 없는데.

 

 

   그럼, 다녀올게.

 

 

   그날도 그랬다. 카게야마는 어제에 이어 오늘도 ‘추가근무’ 라는 변명을 대고 신발을 신고 있었다. 연봉이 높진 않아도 애초에 업무량이 적은 곳이라, 추가근무니 야근이니 하는 것은 들키기 쉬운 변명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쿠니미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퀭한 눈으로 한참을 바라보다, 다녀와, 하고 중얼거릴 뿐이었다. 그건 저를 믿고 있다는 의미였을까. 카게야마는 접힌 운동화 뒤축을 정리하고 집을 나섰다.

 

   웬일로 약속 장소는 카페였다. 둘은 술집이나 다른 재밋거리를 위한 곳이 아닌 데서는 잘 만나지 않았다. 그러나 약속을 잡기 위해 받은 전화 너머로 카페에서 만나자는 다이스케의 목소리가 사뭇 떨렸어서, 카게야마는 별다른 질문 없이 그에 따랐다. 행여나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무엇이든 도와줄 생각이었다. 그는 어느새 카게야마의 소중한 친구가 되어있었고, 또 말은 안 했지만 내심 좋아하고 있는 이성이었다.

 

   카페에 들어서자 구석 자리에 다이스케가 앉아있는 모습이 보였다. 카게야마는 여느 때와 같이 반가운 얼굴로 맞은편에 앉았다. 어젠 잘 들어갔고? 평범하게 물었지만 다이스케는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았다. 카게야마는 통화중 그의 목소리가 영 시원찮았던 것을 상기하며 이내 표정을 굳혔다. 무슨 안 좋은 일 있는 거야? 걱정 어린 질문에 다이스케가 앞머리를 거칠게 쓸어넘겼다.

 

 

   ……할 얘기가 있어. 토비오가 꼭 알아야 할 얘기.

   심각한 거야?

   응. 나 정말, 이대로 가다간 미치겠어…….

 

 

   토비오는 가만히 그의 이야기를 기다렸다. 눈치가 없는 축에 속하는 그도 요근래 묘하게 다이스케의 상태가 심상찮다는 느낌은 받았었다. 특히나 오늘은 유독 피곤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조금 도드라진 광대와 푹 꺼진 눈밑이 이를 증명했다.

 

 

   사실, 신경 쓸까봐 일부러 말하지 않아왔지만…… 최근 들어 누군가 날 계속해서 해코지 하려는 것 같아.

 

 

   다이스케는 최근 몇 주간 자신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 설명했다. 처음은 좀 찝찝한 정도였다고 한다. 예를 들어 퇴근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우편함을 뒤졌는데, 여성의 것으로 추정되는 웬 기다란 머리카락이 뭉치채로 나왔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넣지 않는 이상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위치였다. 그는 화들짝 놀라 바닥에 버렸고, 그 이후로는 며칠간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 기괴한 장난은 그가 방심하던 사이에 또다시 일어났다.

 

   어느 날은 다이스케의 집 현관문 바닥에 웬 노란색 종이가 끼워져 있었다. 머리카락에 대해서는 점점 잊혀져가던 시기여서, 정말 아무런 의심도 없이 펼쳐 보았댔다. 이웃의 쪽지쯤으로 여겼던 것이다. 그러나 평범한 쪽지 따위가 아니었다. 그것은 출처 모를 손톱들이 소복이 모인 부적이었다. 빨갛게 새겨진 문자의 의미나 용도를 다이스케가 알 턱도 없었다. 그는 이를 보자마자 덜덜거리는 손으로 바지 뒷주머니에서 라이터를 찾았다. 그리고는 그 자리에서 불태워버렸다.

 

   그 뒤로도 현관문 문손잡이에 누군가 압정을 붙이는 등 소름끼치는 행위가 이어져왔다. 아주 우습다는 듯 현관문이 열려있기도 했고, ‘死’가 가득 적힌 메모지, 피로 추정되는 액체가 담긴 양동이―그는 잘은 모르지만 돼지피라고 믿고 싶어 했다―등이 집 앞에 놓여있기도 했다.

 

   그러다 당일, 출근을 위해 문을 열었고, 제 집 바로 앞에 죽은 쥐의 사체와 함께 꾸깃한 종이가 버려진 것을 보았다. 다이스케는 끔찍하게 죽어버린 쥐를 보고서는 뒷걸음질 칠 수 밖에 없었고, 그 옆에 ‘토비오 앞에서 사라져’ 라는 글씨를 보자마자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고 했다.

 

   머리카락을 쥐어짜듯 붙잡고 실토하는 다이스케의 낯만큼이나 이야기를 듣는 카게야마의 표정도 갈수록 심각해졌다.

 

 

   아무래도, 토비오…….

   …….

   만나는 남자마다 너보고 헤어지쟀다며…… 그거, 혹시,

 

 

네 스토커가 있었던 건 아냐? 묘하게 CCTV 사각지대만 찾아서 다닌 것 같더라고……. 그 말에 토비오는 그만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그냥, 그게, 내가 좀 별로여서, 그랬나 보다 했지……. 울음기 섞인 먹먹한 목소리에 다이스케가 고개를 저었다. 네 친구 말이 맞아. 넌 지극히 멀쩡한 사람이야. 그는 그 말을 하고서는 한참을 머뭇거렸다. 마치 더 중요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처럼. 계속되는 침묵에 토비오가 손을 내리고 그를 쳐다보자, 그는 아주 잠시 눈을 마주치고는 곧 피했다. 무슨 할 말 있어?

 

 

   …….

   말해 봐, 괜찮으니까…….

   ……토비오.

   응.

   나랑…… 떠날래? 잠시라도, 해외든, 어디든…….

 

 

   갑작스러운 말에 카게야마는 잘못 들은 것 마냥 응? 하고 되물었다. 남자는 입술을 혀로 축이며 다시 말했다. 떠나자, 고. 지금 보니 네게 스토커가 붙은 지 1, 2년이 아닌 것 같다고. 3년 전에도 그랬을 테니, 대체 얼마나 오랫동안 널 따라다녀 왔던 거냐고. 그리고 그는 한 번 더 카게야마가 놀랄 만한 이야기를 했다.

 

 

   혼자 떠나라는 것도 아니고, 같이 떠나자니 이상하게 느껴질 거야, 그렇지.

   …….

   이런 상황에서 이런 분위기로 말하고 싶지 않았지만……

   …….

   좋아해, 토비오. 처음부터 쭉 좋아해왔어.

   …….

   함께 떠나자, 응? 토비오 너도……

 

 

날 좋아하고 있었잖아.

 

 

   카게야마는 그 말을 부정할 수 없었다. 자신도 처음부터 그에게 이끌림을 느꼈었다. 처음 보고 못 본 한 달 동안은 이 남자가 궁금했고, 또다시 보고 싶었다. 그리고 다시 만났을 때. 내심, 아니 얼굴에 다 티가 날 정도로 그가 반가웠다. 쿠니미 몰래 자주 만날 때마다 감정은 더욱 커졌다. 다만 쉽사리 제 마음을 드러내지 못 했다. 혹시라도, 사귀게 된다면……. 다른 남자들처럼, 그 또한 제게 금방 질려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모든 정황이 대충 잡히고, 눈앞의 이 근사한 남자가 함께 떠나자고 한다. 거부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게다가 잠깐이라도 해외에 나갔다 들어온다면, 또 지금과는 다른 지역에서 머물게 된다면 스토커의 눈을 피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카게야마는 결심한 듯 입술을 물다, 이내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 § §

 

 

 

 

 

 

 

   카게야마는 분주히 가방을 싸고 있었다. 빠릿빠릿하게 이동해야 하니 정말 중요한 것들을 빼고는 다 밖으로 내던졌다. 필요한 건 가서 사면되니까. 채비를 하는 모습마저 군더더기 없었다. 그 모습을 뒤에서 가만 지켜보던 쿠니미가 입술을 뗐다.

 

 

   언제 떠나는데?

   이번 주 금요일. 딱 이틀 후네. 아무래도 빠를수록 좋을 것 같아서…….

 

 

쿠니미, 정말 같이 안 갈 거야? 짐을 싸다 말고 그를 향해 돌아본 카게야마가 말했다. 눈썹이 팔자모양으로 축 처진 것이, 진심으로 아쉽다는 모양이었다. 스토커는 분명 제 집도 알고 있을 테니 쿠니미가 안전하지 않다는 생각만 나더랬다. 쿠니미는 그저 어깨만 으쓱할 뿐이었다.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행동 같았겠지만, 카게야마의 눈엔 벌겋게 물든 쿠니미의 흰자가 자꾸만 눈에 들어왔다. 울었던 건가. 묻고 싶어도 묻지 못 했다. 쿠니미의 성격에는, 이런 걸 물어봤자 도리어 화만 낼 뿐이었다. 그는 굳이 제가 설명하지 않은 일에 파고들려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 카게야마는 결국 입만 뻥긋대다 도로 앞을 보았다. 아직도 준비할 게 많았다.

 

 

 

 

 

 

 

§ § §

 

 

 

 

 

 

 

   이틀 후 새벽 네 시경. 잠에든 다이스케의 침실은 그의 숨소리를 제외하고는 매우 고요했다. 안 그래도 어두웠던 방 안은 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암막커튼으로 인해 더욱 칠흑 같았다. 남자는 아침 비행기를 위해 미리 잠을 청해둔 상태였다. 열 시쯤에 눈을 감았으니 한참 깊이 빠져있을 테다. 여자는, 그렇게 생각하며, 숨죽여 숨어있던 침대 밑에서 엉금엉금 기어나왔다. 바닥을 짚는 손에는 아가리를 넓게 벌린 옷걸이가 들린 채다. 씨발. 존나 기다렸네. 표정은 화가 난 듯, 아닌 듯, 짜증이 난 듯, 아닌 듯. 하지만 침대 밑을 벗어나고 나서는 제법 후련해보였다.

 

   남자는 잠에 들기까지는 오래 걸리는 인간이었으나, 때문에 한 번 잠에 들고나면 천지를 모르고 정신 못 차리는 인간이었다. 여자는 이를 알고 있었다. 몇 번의 방문을 통해 습득한 지식이었다. 그는 하하, 가볍게 웃으며 남자에게로 바짝 다가갔다. 여전히 고른 숨이 오갔다.

 

 

   멀쩡히 숨 쉬는 것도 이게 끝인 줄 알아.

 

 

살려두는 것에 감사해 해야지. 그 말과 동시에 벌어진 옷걸이의 철사가 남자의 목을 턱, 걸었다. 순간적으로 강한 악력이 그의 턱밑을 포함한 목둘레를 빠듯하게 조이기 시작했다.

 

 

   케엑―!!! 켁!!!

 

 

   단숨에 눈을 뜬 남자가 제 목에 걸린 철사를 부여잡으려 했다. 그러나 너무도 얇고, 또 너무나 피부와 가깝게 붙어있어서, 도저히 손에 잡히질 않았다. 급하게 손을 들어올려 제 목을 죄는 이의 팔뚝을 잡아보려 했으나 그 마저도 숨 막히게 조여대는 완력에 다시 목으로 손을 옮기기에 바빴다.

 

 

   헥, 크억……! 사, 큭, 살려―!!!

 

 

   침대 시트를 쿵쿵 두드리던 발에 조금씩 힘이 풀려나갔다. 연신 목숨을 구걸하는 혀에서 침이 줄줄 흐른다. 눈에서는 생리현상 및 두려움으로 끊임없이 눈물이 흘러나왔다. 관자놀이를 지나쳐 베갯잇을 적시는 모습이 썩 안쓰러워보였다. 그러나 여자는 웃었다. 손과 발의 힘이 완전히 풀려 침대로 축 늘어질 때는, 더 크게 웃었다. 그러고 나서도 한참을 옥죄고 있었다. 확실하게 하기 위함이다.

 

 

   자니?

 

 

   남자의 코에 작은 귀를 들이댔다. 얕은 숨조차 오가지 않았다.

 

 

   자는구나.

 

 

   편히 자.

 

 

   쿠니미는 베개를 털고 침구를 정리해주었다. 아까부터 희번뜩하게 뜨여있던 눈동자는 어둠 속에서도 형형하게 빛났다.

 

 

 

 

 

 

 

§ § §

 

 

 

 

 

 

 

   카게야마는 제 하나뿐인 친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제가 사줬던 핀으로 반만 묶은 긴 생머리에, 언젠가 제가 예쁘다 했던 물방울무늬 원피스, 그 아래로 드러난 희고 마른 팔다리, 다소곳이 모은 두 손, 그가 가장 아끼는 보라색 구두. 쿠니미는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형사와 이야기하고 있었다. 아키바 다이스케가 살해당한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꼽혔기 때문이다. 동이 트기도 전에 그의 아파트에서 나오는 쿠니미를, 경비원이 목격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부정하지 않았다. 맞아요, 제가 그랬어요. 목소리는 축축히 젖어있었지만, 카게야마가 보는 뒷모습은 전혀 약해보이지 않았다. 몇 시간 전에도 기절해 응급실에 다녀왔지만, 카게야마는 또다시 현기증이 도지는 것을 느꼈다. 앞이 그만 어찔했다.

 

 

   그 남자, 제 친구를 속여서 멀리 데려가려고 했어요.

   …….

   그래서 그 남자를 막으려다가……, 아아.

   ……친구 분은 알고 계셨나요.

 

 

   형사가 쿠니미의 어깨 너머로 보이는 카게야마를 힐끗 보며 물었다. 그에 훌쩍거리던 쿠니미가 어깨를 들썩이며 뒤를 돌아보았다. 여전히 맥이 빠져 초점 없는 눈이 마주친다. 카게야마는 한참을 마른 입술을 달싹였다. 아, 아. 쿠니미가 도로 앞을 보았다. 몰랐을 거예요. 애 놀랄까봐 부러 말 안 했거든요. 또다시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우발적이었어요, 정말로. 저는 그저 그 사람을 막으려 간 건데…….

   …….

   토비오는 알 거예요, 제가 일부러 누굴 괴롭히고, 그런 사람 아니라는 거.

 

 

그렇지, 토비오? 쿠니미는 다시 뒤를 돌아 눈을 마주했다. 처연히 묻는 얼굴에 가식이라고는 없었다. 카게야마는 그를 한 번 보다, 또 형사를 한 번 보다, 이내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쿠니미는 세상에서 가장 슬프게 웃으며, 계속해서 그를 보며 말했다.

 

 

   보셨죠, 형사님. 교도소에 가는 것도 괜찮아요. 그럴 만 했으니까요. 그치만요, 형사님은 이걸 알아주셔야 해요. 저는, 저는…….

   …….

   정말이지, 착하게 살고 싶었답니다.

 

 

   여자는 그렇게 말하며 커다란 눈물방울을 후드득 떨어뜨리고 말았다.

 

 

 

 

 

 

 

 

 

END.


쿠니미 아키라 X 카게야마 토비오

 

제가 쓰는 ts쿠니카게는 항상.... 남자를 죽이네요.